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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책 - 하버드 학생들도 몰랐던 천재 교수의 단순한 공부 원리 (커버이미지)
    [인문]공부책 - 하버드 학생들도 몰랐던 천재 교수의 단순한 공부 원리
    • 조지 스웨인 지음, 윤태준 옮김
    • 유유
    • 2015-11-30

    공부는 어렵다공부는 어렵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책만 쳐다보는 공부란 세상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 밖에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공부가 어렵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에 대한 정의는 좁게는 학교를 다니면서 교과목을 배우는 일부터 넓게는 삶 자체가 공부라는 것까지 극과 극이다. 사전을 뒤져 기본 내용을 살피면,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니까 ‘배우고 익히는’ 일이 어렵다는 말이다.배우는 일 자체는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지만 익히는 일은 쉽지 않다. 사실 공부의 핵심은 익히는 데 있고, 이 부분은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사람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국영수’ 점수가 뛰어나 좋은 대학에 간 학생 역시 예상 외로 암기에 능할 뿐 배운 것을 익숙하게 다루는 일에는 약한 경우가 많다. 물론 성적으로 좌우되는 세상에서는 이 정도도 대단한 일이지만, 익히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배우기만 하는 공부는 제대로 된 공부라고 할 수 없다.올바른 공부법내로라하는 우등생이 모이는 미국의 하버드대학교와 MIT에서 교편을 잡았던 조지 스웨인은 교육 현장에서 바로 이 점을 발견했다. 그는 이렇게나 똑똑한 학생들이 사실은 단순히 배우기에만 능숙해서 교과서의 내용을 암기하고 응용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그 내용을 익혀 유기적으로 활용할 줄은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그 자신이 열다섯에 MIT에 입학할 만큼 천재적이었던 스웨인은 학생들에게 엄격하고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선생이었다. 그로서는 학생들이 좀 더 근본적인 공부법을 몸에 익히기를 바랐다. 그에게 “교육의 목적은 순수하게 실용주의적인 것으로서, ‘힘’이라는 말로 가장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하고, 잠재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16쪽)『공부책』은 기본적으로 선생과 학생이 있는 교육을 중심에 두고 공부법을 설명한다. 학생의 자주성은 물론 공부의 중요 덕목이지만 스스로 대학교수였던 저자 스웨인은 선생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선생은 학생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올바른 길을 가도록 이끌어 주며, 심지어 학생에게 수업이 맞지 않을 경우 듣지 않도록 권하라는 강한 조언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선생은 어떤 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면 다른 수업을 듣게 하거나 아예 학교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 능력에 맞지 않아 소화할 수도 없는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학생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주는 행위이며, 그것은 종종 그 학생을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곳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는다.”(143~144쪽) 스웨인에게 중요한 것은 올바른 교육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언어는 확고하고 분명하며, 그가 제시하는 방법 또한 단순하고 표준적이다. 가장 먼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추고, 배운 것을 이해하기 위해 어디까지 아는지 스스로 응용해 보도록 이른다. 그리고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갖도록 끝없이 배운 것을 되새김질하라고 충고한다. 다시 구체적으로 소소한 팁을 일러 주고, 마지막으로 육체적인 활동으로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권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간명한 설명과 명제와 확언으로 정리한다.진리는 단순하다사실 공부의 원리는 간단하다. 말 그대로 ‘배우고 익히기’만 하면 된다. 스웨인은 어려운 말은 전혀 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모르는 말이 나오면 사전을 찾으라고 하고, 그렇게 말뜻을 알면 응용해 보고, 응용한 결과를 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한다.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우스울지 모른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이 얘기를 오랜 사색과 경험에서 우러난 권위를 가지고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지키기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인지, 그가 책의 마지막 대목에서 하는 말은 가장 단순한 진리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 “모든 노력은 보상받을 수 있음을 학생들이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기계공 또는 점원으로 성공하는 것이 무능한 변호사, 의사 또는 공학자로서 실패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잘 맞는 적성이 있으며, 그 일을 할 때 적절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삶의 행복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느냐 못 찾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자기에게 잘 맞지도 않는 환경에 학생을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144쪽)스웨인이 바라는 올바른 교육은 공부의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진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공부책』은 단순히 많은 걸 외우고 앵무새처럼 떠드는, 잘난 척하기 위한 지식 습득이 아닌 삶의 기초와 기조를 든든하게 챙길 공부를 원하는 사람이 일독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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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커버이미지)
    [인문]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5-11-30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배우고 때로 읽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공자가 『논어』에서 한 말씀이다. 공자의 말씀이 아니라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학습을 하지 않으면 온전한 삶을 살기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 익히 안다. 서양에 이런 공자의 말씀을 따라 한평생을 공부하는 즐거움으로 산 사람이 있다. 한국 독자에게는 낯설 이름일 프랑스의 수도사 세르티양주는 『신학대전』으로 가톨릭 신앙을 집대성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연구한 권위자이다. 『공부하는 삶』은 그가 쓴 책 가운데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고 가장 유명한 책이다. 1920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 책은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미권에서도 지금까지 읽힌다. 지금까지도 이 책을 공부의 길잡이로 삼아 귀중한 영감과 통찰력,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하는 독자가 적지 않다. 세르티양주는 지성인을 ‘지적인 일’이라는 소명에 따라 ‘성별’(聖別)된 존재, 신성한 일에 쓰이도록 선택받은 존재라고 본다. 세르티양주는 “지적 소명은 다른 모든 소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본능과 능력에, 이성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종의 내적 충동에 새겨져 있다”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지성인에게 공부는 삶의 중심이라는 말이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농민이 농사일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조율하듯이 지성인은 공부를 위해 삶 자체를 규율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하여 그가 지성인이 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먹고사는 일을 도외시하고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에 두 시간을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가? 그 두 시간을 온전히 열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면 자신감을 가져라. 아니, 고요한 확실성 안에서 편히 쉬어라.”그러나 저자가 “공부하는 사람들은 궁핍과 오랜 훈련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더러는 인간을 넘어서는 끈기를 보여야 한다”라고 말하듯 공부하는 삶은 무척이나 고된 삶이기도 할 것이다. 역자가 정리한 것처럼 소명을 따르는 공부는 명성이나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외적 성공을 추구하는 공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는 무관한 절대적 척도에 따라 자신의 완성을 추구하는 공부다. 이렇듯 공부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맛보고자 하는 예비 지성인에게 이 책은 곁에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으며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북돋아주는 잠언서이다. 이 책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실제로 자신의 삶에 적용한 한 지성인의 글을 아래 전재한다. 『공부하는 삶』의 영문판 앞에 실린 조지타운대학교 정치철학 담당 교수 제임스 샬의 글이다.사유의 기쁨과 고통에 관하여우리 대다수는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 우리가 젊었을 때 어떤 것에 관해, 대개는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우리의 삶이라는 기획에서 크나큰 도움이 되었을 만한 어떤 책들에 관해, 특히 우리가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도왔을 만한 책들에 관해 우리에게 말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이런 책들 가운데 일부는 진실, 현실, 이치에 대한 책이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나는 어떻게 알기 위해 애쓰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책이다. 사실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다른 종류의 배움』(Another Sort of Learning)이라는 책을 직접 썼다. 그 책에서 나는 진지하게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만한 책들 가운데 하나로 ‘지적인 삶’에 관한 세르티양주의 책을 언급했다. 그러나 세르티양주의 책은 좋은 출발점 그 이상을 제시한다. 그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어떻게 읽고 쓸 것인지, 어떻게 시간을 규율할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우리의 영혼을 규율할 것인지에 관해 분명하게 말한다. 또한 그는 진정으로 지적인 삶이라면 반드시 따르기 마련인 정신의 삶에 주의를 기울인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며 관조적 삶은 인간이 열망해야 하는 무언가라고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도 우리에게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것이 우리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 것은 아닌지에 관해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지적인 삶이 고귀한 것임을 모호하게나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삶을 달성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 것인지에 관해서는 별로 들은 바가 없다. 아무도 그러한 조건에 관해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어렸을 적에 짐작했던 것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야 지혜가 찾아온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알기만 했던 것들을 달성하도록 도왔을 방법들이 과연 있었을까 하고 의심한다. 위대한 프랑스 도미니크회 수도사 세르티양주(1863~1948)는 1920년에 『공부하는 삶』(La Vie Intellectuelle)이라 이름 붙인 책을 썼다. 이 책은 즉시 성공을 거두어 판을 거듭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에 나는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는 젊은 장교에게 이 책을 추천했는데, 그는 앞으로 육군사관학교에서 가르칠 예정이었다. 그는 미국가톨릭대학교 출판부에 이 책을 주문했지만 당시 절판된 상태였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마침 이 출판부 마케팅 책임자에게 편지 쓸 일이 있었던 나는 이 책이 절판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맙게도 그는 출판부에서 개정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나는 이 책에는 새로운 서문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컴퓨터 사용자들이 파일 카드에 메모를 적어두라는 세르티양주의 조언을 읽고 이 책을 덮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나는 어떤 컴퓨터 사용자는 나의 도움 없이도 세르티양주의 조언을 컴퓨터에 맞추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컴퓨터가 표준적 도구가 되기 전에 쓰였다는 이유로 이 영원한 책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여기지는 않을지 우려되었다. 아무튼 다행히 그 훌륭한 출판부 책임자는 나에게 새로운 서문을 써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기꺼이 쓰고말고! 어떤 의미에서 이 간략한 서문은 이 탁월하고 쓸모 있는 책이 계속 출간되어야 하는 이유와 대학교와 대학원의 젊은 학생, 노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계속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나의 의견이다. 나는 대개 성 토마스에 관한 수업에서 이 책을 사용했는데, 그 밖에도 내가 이 책을 수업에서 사용할 때마다 대학교 학생들은 나중에 이 책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하곤 했다. 이 책이 그들에게 대학에서뿐 아니라 삶 전체에 걸쳐서 실천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지적 호기심을 지속하는 방법에 관해 아주 많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내가 넌지시 말했듯이, 이 책의 첫인상은 예스럽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인상은 독자에게 아주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세르티양주는 어떻게 메모를 하는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고 어떻게 출간하는지, 어떻게 메모를 정리하는지, 나아가 어떻게 사유를 조직하는지에 관해 부지런히 말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가 세르티양주가 사용했던 펜과 초기 타자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그 대신 그가 보았다면 눈이 휘둥그레졌을 정교한 컴퓨터와 출력장치를 사용한다는 이유 때문에 예스럽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세르티양주가 탁월하게 쓴 바 있고, 이 책을 쓰도록 영감을 준 토마스 아퀴나스가 13세기에 단 25년 동안만 생산적으로 활동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퀴나스는 1920년대의 세르티양주조차 가지고 있던 장치들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퀴나스는 놀랄 만큼 많은 양의 찬란하고 심오한 작품들을 남겼다. 아퀴나스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컴퓨터가 있었다면 과연 아퀴나스는 더 많이 혹은 더 잘 쓸 수 있었을까? 그랬을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컴퓨터는 아퀴나스에게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성 토마스는 성서를 포함하여 그 이전의 위대한 저자들의 모든 지식에 정통하기 위해 엄청난 기억력과 신비로운 역량을 계발했기 때문이다. 물론 성 토마스도 이 지혜를 깨닫기 위해서는 여러 책을 읽어야 했지만, 이를 통해 그는 어떻게 기억력과 역량을 계발하는지를 배웠다. 세르티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정직함과 기도, 근면한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는 기쁨으로 충만한 진정으로 지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해 중세 도미니크회의 위대한 수도사에게서 찾을 수 있는 교훈들을 어떻게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본받을 것인가이다. 세르티양주의 책을 읽으면, 그가 우리에게 아퀴나스의 막대한 생산성과 통찰력의 비밀 일부를 누설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루, 한 주, 한 달은 아주 긴 시간이다. 세르티양주는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성 토마스가 했던 것처럼 모든 시간을 지적인 삶에 바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르티양주는 가능하다면 우리가 젊을 때 삶을 조직함으로써 단단한 토대를 다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남은 인생을 이 단단한 토대 위에 무언가를 쌓아나가는 데 쓰라고 가르친다. 요컨대 세르티양주는 습관, 규율, 생산성과 진리에 관해 가르쳐준다. 그는 만일 우리가 꾸준히 하루에 한두 시간 동안 더 높은 것들을 진지하게 추구한다면 진정으로 지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그는 완고하거나 비현실적이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시간을 따지면서 세르티양주가 의도한 바를 놓치곤 한다. 어떤 종류의 배움이든 처음에는 고역이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것을 일종의 노동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우리는 배움에서 기쁨을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 어떤 주제에 관해 다시 고찰하거나 쓰거나 사유하고 싶어 못 견디는 지점까지 도달해야 한다. 존재하는 모든 주제는 매혹적이다. 우리 시대의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지적인 삶을 살았던 체스터턴(Chesterton)은 언젠가 흥미롭지 않은 사람들만 있을 뿐 흥미롭지 않은 주제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흥미롭지 않음’의 상당 부분은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주제를 어떻게 혹은 왜 살펴보아야 하는지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세르티양주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라고 가르친다. 그는 심각한 것이건 사소한 것이건 간에 도덕적 결함들이 우리가 우리 자신이 아닌 것을 보는 자유, 있는 그대로를 보는 자유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지적인 삶을 원하는가?” 세르티양주는 저자 후기에서 이렇게 묻는다. “당신 안에 고요의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라.”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소음과 일종의 불안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때로는 배울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세르티양주는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삶이 바쁘고 꽉 찬 듯이 보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앎을 열망함으로써가 아니라 관심을 가짐으로써 처음으로 그 시간을 발견한다. 세르티양주는 우리의 죄와 우리의 시간 사용 둘 다에 관해 양심을 되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지적인 삶, 관조하는 삶은 그 자체가 활동으로 채워져 있는데, 그 활동이란 알고자 하는, 진리를 알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활동이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성인’은 세르티양주가 ‘지적인 삶’에 관해 말할 때 염두에 두었던 것과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폴 존슨(Paul Johnson)이 『지식인』(The Intellectuals)에서 말했듯이, 계급으로서의 지식인은 그들 자신의 내적인 도덕적 혼란의 산물로서 이론과 설명을 발전시킬 것이다. 우리는 지적인 삶이란 위험한 삶일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이, 가장 나쁜 악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서 생겨난다. 천사 중 가장 빛나는 천사는 타락한 천사였다. 이 냉정한 고찰은 내가 세르티양주의 이 얇은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밝혀준다. 그는 우리가 진리를 아는 것과 우리의 영혼을 선(善)으로 이끌지 않는 것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적인 삶은 위험천만한 삶이 될 수 있으며, 흔히 그렇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지적인 삶의 영광을 거부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세르티양주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러한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줄 때 매우 조심스러워하는데, 그것들이 우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우리에게 세상과 신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은 틀림없이 그 실용성에 놀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처음에는 무엇을 하고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지를 차례로 알려주는 안내서이다. 지적인 삶이란 면도를 하거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어느 날 아침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막대한 통찰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세르티양주는 어떤 통찰력은 그런 방식으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의 과정은 진리를 추구하고, 알고자 하고, 실체를 궁금해하는 습관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더구나 이 책은 학구적 교수들(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 해도 조금도 해를 입지는 않겠지만)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이 모두―정육점 주인, 은행가, 촛대 제작자―를 위해 쓰였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책은 아주 많은 사람을 위한 책이며, 물리학이나 형이상학에 대한 고등 학위를 가진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알 수 있으며, 우리의 시야를 지배하곤 하는 미디어나 이데올로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정확하게 무엇을 알라고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알려고 애쓰고 어떻게 앎을 계속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떻게 꾸준히, 끈기 있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알 수 있고, 그렇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가르침으로써 내적으로 생동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쓰였다. 나는 『공부하는 삶』을 모든 진지한 학생들의 책상뿐 아니라 대부분의 진지하지 않은 학생들의 책상에도 올려놓을 것이다. 플라톤은 우리 인간의 삶은 신의 삶에 비하면 “진지하지 않다”고 말했다. 앎으로부터, 알고자 함으로부터 비롯되는 느긋한 한가로움, 자유롭다는 감각 같은 것이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영혼으로 흘러들어온다. 이 책을 책상이나 선반에 놓아두면 끊임없는 자극을 받을 수 있으며, 지적인 삶이 어떤 낯선 것, 우리가 배워가는 과정에서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아님을 상기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독해야 하고, 이 책의 가르침을 우리 자신의 방식에 따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르티양주가 제안하는 것을 우리의 컴퓨터에, 우리의 책에, 우리의 시간에 적합하도록 바꾸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책은 우리의 삶에 계속해서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이 책의 지침을 따른다면, 이 책의 격조 높은 제목 ‘공부하는 삶’이 암시하듯이 내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즐거운 방식으로 생동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마지못해 받아들여야 하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위대한 프랑스 수도사는 여전히 우리에게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그가 우리를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우리가 자유롭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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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산당 선언 (영한 대역본) (커버이미지)
    [인문]공산당 선언 (영한 대역본)
    • 홍익희
    • 유페이퍼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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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 - 후회, 자책, 걱정, 초조를 멈추는 심리학 (커버이미지)
    [인문]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 - 후회, 자책, 걱정, 초조를 멈추는 심리학
    • 김아라 지음
    • 유노북스
    • 2024-02-19

    “어제와 비교하지 말고내일을 짐작하지 마세요”★ 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추천!“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고, 편안하면 이 순간에 사는 것이다.” - 노자“정신 질환이란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고, 정작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살지 않는 것이다.” - 섀넌 L. 알더최근 버클리대에서는 인간의 기본 감정이 27가지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많은 감정 중 우울과 불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울과 불안이 우리가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일상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제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로 우울과 불안을 꼽는다. 다행히도 우울과 불안은 다스릴 수 있는 감정이다. 원인과 찾아오는 모양을 알면 해결할 수 있다. 이 책은 우울은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할 때, 불안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할 때 찾아온다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에 집중할 때 우울과 불안을 관리할 수 있으며, 현재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울과 불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우울인지 불안인지 살피는 것이다. 여기서는 불안과 우울의 다양한 증상을 실제 내담 사례를 들어 안내한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정리한우울과 불안의 다양한 모양우울과 불안은 작동하는 메커니즘과 증상이 다르고 따라서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다. 우울과 불안 관리의 첫걸음은 바로 내 증상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을 원인으로 불안이 나타났을 때 우울을 더 다루어야지 불안과 동등하게 다루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인 저자는 실제 상담에서 내담자들이 호소했던 우울과 불안의 다양한 모양을 소개한다. 물론 우울과 불안 모두에 나타나는 동일한 증상도 있지만, 우울하면 주로 후회를 많이 하고 무기력해지고 자책을 많이 하며 자기 비난이 늘어난다. 식욕과 체중이 변화하고 잠에 들지 못하거나 과도하게 자는 모습도 보인다. 멍해지고 말이 느려지는 인지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하면 주로 걱정을 많이 하고, 몸이 긴장 상태가 되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어려워지는 등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지고 죽을 것 같은 공황을 느끼기도 하며, 완벽주의와 강박적인 모습을 보인다. 실제 내담자들이 묘사한 증상을 통해 혹시 나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지 살펴보기 바란다. 만약 증상이 나타났다면 각각에 맞는 관리법을 적용하고, 우울과 불안을 완전히 끊어 내기 위한 마음 근육을 길러야 할 것이다.지금 바로 해 볼 수 있는 관리법과기초를 다지는 16단계 마음 근육 단련법만약 갑자기 우울과 불안이 찾아오거나 심해졌다면 바로 해 볼 수 있는 우울과 불안 관리법이 있다. 이 책은 우울의 대표적인 증상인 무기력감과 좌절감, 자책을 멈추는 5가지 관리법을 정리하고, 이어서 불안의 주 증상인 몸의 긴장을 완화하고 걱정을 줄이는 4가지 관리법을 안내한다. 하지만 우울과 불안은 한 번에 끊어 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 우울과 불안 관리에 꼭 필요한 능력인 마음 근육을 키우는 16단계 과정을 제시한다. 마음 근육이란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강한 근육으로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고민해 해결법을 찾도록 돕는 능력이다. 마음 근육을 기르면 나쁜 일을 겪더라도 회복 탄력성이 높아져 우울과 불안을 쉽게 떨칠 수 있다. 16단계 과정은 지금까지 나를 괴롭혔던 생각과 행동을 유연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핵심은 3가지다. 첫째, 나를 돌보아야 한다. 즉 나에게 보상을 주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수면의 질을 높이고, 하루에 한 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움직이면 된다. 몸의 건강이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면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살다 보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도 생긴다. 특히 부정적인 상황에 놓였다면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생각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하는 습관을 길러야 중심을 세울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관계를 정돈해야 한다. 좋은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온다. 나와 상대방의 경계를 알고 서로가 불편한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때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다. 더 나아가 서로를 배려하며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을 때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내가 될 것이다. 마음 근육은 어제의 나와 비교하지 않고 최악의 미래를 짐작하지 않도록 돕는다. 마음 근육을 단단히 키운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 변화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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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와 미래 사이 -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연습 (커버이미지)
    [인문]과거와 미래 사이 -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연습
    • 한나 아렌트 지음, 서유경 옮김
    • 한길사
    • 2023-12-27

    “논리가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자아가 현전해야 하듯,판단이 타당해지기 위해서는 타인들이 현전해야 한다.”『과거와 미래 사이』는 역사·전통·권위·자유 등의 전통적인 정치 개념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사유가 담긴 여덟 편의 철학 에세이 모음집이다. 한나 아렌트 탄생 100주년 펭귄 기념판으로 약 20년 만에 복간되면서 아렌트 제자 제롬 콘의 서문과 2023년에 발맞춘 옮긴이의 해제와 후기가 추가되었다.이 책은 ‘전체주의’ ‘사유’ ‘행위’ ‘상투어’ ‘탄생성’ ‘다수성’ 등 아렌트 정치사상의 핵심 용어를 상세하고도 집약적으로 설명한다. ‘아렌트 개념어 사전’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아렌트 사상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자 그의 사상의 발전을 예견하는 중요한 문헌이다.나아가 서구철학의 이분법에 대한 아렌트의 해체주의적 연구 방법론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저작이기도 하다. 아렌트는 이 책에서 플라톤에서부터 마르크스에 이르는 이분법적 서구철학 전체에 대한 통렬한 해체주의적 비판을 통해 세계를 독해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나 지워진 개념들을 발굴해 새로운 현재의 용도를 발명해낸다.“자멸(自滅), 이것이 19세기에 일어난 전통에 대한 세 가지 반란의 결과 가운데 키르케고르·마르크스·니체가 공유하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피상적인 특징일 것이다”(124쪽).■ 인간다움을 재정의하다역사와 전통, 권위와 자유 등 전통적인 정치 개념에 대한 논의 속에서 아렌트는 인간실존의 존재론적 이분법을 문제 삼는다. 즉, 그동안 분리되어온 다수 인간의 ‘정치적 삶’과 단독자 인간의 ‘철학적 삶’의 불가분의 관계에 주목한 것이다. 아렌트에게 인간실존은 ‘철학적 삶’이 나타내는 사유와 ‘정치적 삶’이 나타내는 다수성의 복합체였다. 아렌트가 단독자로서의 인간만을 다루는 철학자로 불리길 스스로 거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렌트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 그것은 ‘각자’의 정신 안에서 ‘서로’를 전제하고 ‘행위’하는 삶이다.“심지어 성자들의 삶조차도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Socialis est vita sanctorum, 182쪽).“누군가가 사유 활동을 개시하는 순간 세계를 직면해야 한다”(34쪽)는 아렌트의 주장에서처럼, “인간은 고독한 사유함에서조차 결코 혼자일 수 없다”(36쪽). 아렌트에게 사유란 인간이 세계와 타인을 상대로 행위하는 것과 똑같은 구조가 다만 인간 정신 내부에서 펼쳐지는 것이었다.이 책에 포함된 여덟 편의 에세이는 아렌트가 말한 바로 이러한 바로서의 “사유하는 방법상의 경험을 얻는 것을 목적”(94쪽)으로 한다. 아렌트는 섣부르게 사유의 대상을 규정하거나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그의 목적은 우리가 이 세계에서 “어떻게 운신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94쪽).■ ‘시간’ 개념과 인간실존왜 책 제목이 ‘과거와 미래 사이’인가. 스스로 정치사상가임을 자처한 아렌트이기에 ‘과거’와 ‘미래’라는 형이상학적 시간 개념은 언뜻 어색한 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제목에서 주목해야 하는 단어는 ‘사이’다. 과거와 미래의 사이, 즉 ‘현재’에 대한 이야기 속에 이 책의 핵심이 들어 있다.인간은 ‘현재’를 인식하는 유일한 존재다. 플로티누스는 “과거는 지금 끝나는 시간이고, 미래는 지금 시작하는 시간”(18쪽)이라는 표현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점’으로서 ‘지금’을 말했다. 즉 통일체 또는 연속체로 인식될 수 있는 시간에 하나의 지점, 즉 ‘공간’을 만들어내며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하나의 공간으로서 ‘현재’는 이제 물리적으로 점유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위치가 된다.이로써 인간은 현재를 인식해 세계에 자신의 ‘좌표’를 찍는다. 좌표 찍기는 그 사람이 태어날 때 시작되고, 죽을 때 종결된다. 이 ‘역사적 과정’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여정으로 교환가치로 평가받을 수 없는 “독특한 비매품”(490쪽)이다. 인간은 자신을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 사이’에 틈입시키면서 자신의 현재를 창조하고 확장해간다. 이 과정이 사유이며, 인간실존의 조건이다. 즉, 인간의 실존과 시간의 발생은 동시다발적인 사건이다.“오직 사람만이 시간 속 틈입이 허용되기 때문에, 오직 사람이 자신의 위치에 서 있는 한에서만 무심한 시간의 흐름이[과거·현재·미래의] 시제로 나뉜다”(88-89쪽).■ 한나 아렌트의 ‘호모 데우스’(Homo Deus)이러한 인간의 틈입으로 현재가 시작되는 순간, 즉 탄생(태어남)의 순간은 곧 한 인간실존의 시작이기도 하다. 무수히 태어나는 다수의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자신만의 좌표 찍기를 ‘시작’하게 된다. 일차적인 생물학적 탄생 이후에도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이차적 탄생, 즉 ‘정치적 탄생성’(political natality)을 갖는다.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이 새로운 시작(선택)의 능력, 즉 행위 능력 또한 바로 아렌트가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다. 아렌트의 실존에 사유와 행위가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모든 개별 인간은 아렌트의 이러한 인간실존적 조건들, 즉 최초의 탄생에서 비롯된 행위와 사유의 능력을 갖는다. 모든 행위는 새로운 시작을 내포하므로 무수한 예측 불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사유는 무수한 변수들 ‘사이’를 또다시 부유하고 횡단한다. 각자의 좌표를 찍어가는 이곳에 ‘절대적 진실’이 없음은 당연하다. 아렌트에게 인간사의 영역은 다양한 ‘상대적 진실들’로 넘쳐나는 공간이며 이 영역의 본질은 ‘증명’이 아닌 ‘설득’에 있다.“그리스인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법—서로를 개별적인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같은 세계를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법, 즉 동일한 것을 아주 다르게,그리고 대개는 상반된 관점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149-150쪽).넘쳐나는 ‘상대적 진실들’ 사이에서 불멸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바로 ‘기억과 전승’에 있다. 아렌트가 여덟 편의 에세이에서 말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전승할 것인가. 인간의 사명이란 바로 끊임없이 탄생하는 개별 인간에게 회자되고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공통의 세계, 공통의 기억을 ‘창조’하는 것이다. 서로를 전제한 우리 각자가 모여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그렇게 ‘과거와 미래 사이’에 공통의 좌표를 찍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의 창조자인 동시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호모 데우스’(Homo Deus), 그는 바로 공론장의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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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종교 권력 -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다섯 번째 도약 (커버이미지)
    [인문]과학 종교 권력 -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다섯 번째 도약
    • 어재혁 지음
    • 북랩
    • 2024-02-19

    인류는 다가올 미래에공존과 조화가 바탕이 된 세계를 건설할 수 있을까?이 책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명쾌한 통찰을 제공한다!공존과 조화를 추구할 것인가갈등과 환경 파괴의 대가를 치를 것인가다섯 번째 도약을 앞두고과학, 종교, 권력의 패러다임으로 통찰한인류의 현재와 미래소위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도 드넓은 우주의 변방에서 우연히 탄생한 지구라는 행성에 우연히 등장한 생물 종이다. 다른 종과는 달리 독특하게 진화하며 지구를 지배하는 지적 생명체가 되었다. 그런데 현대 인류 사회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되었을까? 앞으로 인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과학과 종교와 권력이야말로 인류사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라는 점이다.지금의 인간 사회가 만들어지기까지 인류는 몇 번의 도약기를 맞았다. 첫 번째는 불의 사용이다. 이로써 인간은 스스로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종교의 탄생이다. 종교는 인간의 집단적 능력을 고도화시켰으며 다른 종과 확연히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을 만들었다. 세 번째는 철학의 탄생이다. 이때부터 인간은 성찰과 사유를 통해 독보적인 지적 생명체가 되었다. 네 번째는 르네상스다. 이를 통해 인간은 내면의 자율성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산업사회를 만들었으며 현대의 물질적 풍요를 일구었다.현재 인류는 다섯 번째로 도약하는 중이다. 그 도약은 바로 공존과 조화를 위한 정신적, 도덕적 각성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인류는 반드시 이 다섯 번째 도약에 성공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에 인류는 공존과 조화가 바탕이 된 세계를 건설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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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역사로 풀어본 진짜 식품이야기 (커버이미지)
    [인문]과학과 역사로 풀어본 진짜 식품이야기
    • 하상도.김태민 지음
    • 좋은땅
    • 2018-09-21

    -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추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짜’ 식품이야기/당신도 식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미식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 좋은 공간을 찾아다니며 길고 긴 대기 시간마저 불사한다. 오히려 줄을 서는 그 자체를 즐기기까지 한다. 주말 아침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제는 여러 요리 예능, 미식 예능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음식이 우리 문화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중 그들이 즐기는 음식의 재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여기 그간 잘못된 온라인 식품정보를 감시하며 소비자의 오해를 해소하고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해결사 역할을 해 온 하상도 교수와 김태민 변호사가 의기투합하여 ‘진짜’ 식품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와 식품의 역사에서부터 라면, 술, 햄, 소시지, 아이스크림 등 22가지 가공식품과 물, 설탕, 소금, 지방, 계란, 육류 등 20가지 주 식재료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그에 관련한 안전성 논란, 소송사례들과 같은 사건사고들을 수록하여 더 깊고 넓은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식품 전공자나 식품 산업 종사자들이 알면 좋을 전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식품과 음식산업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도와주는 기초적인 내용도 담겨 있어 식품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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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의 철학 노트 - 철학이 난감한 이들에게 (커버이미지)
    [인문]과학자의 철학 노트 - 철학이 난감한 이들에게
    • 곽영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09-21

    철학은 어렵다? 철학은 지루하다?철학이 난감한 당신을 위한 철학 입문서 21세기는 \'과학의 시대\'다. 과학을 통해 인류는 점점 세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키워나가며 그동안 철학이 던진 수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내리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을 지배했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이제 철학의 영역을 지나 과학의 영역에서 주로 다루는 질문이 되었으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그 답을 과학에 일임하는 일이 과거보다 많아졌다.‘과학의 시대’인 21세기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생각하는 힘”이 필요해서, 누군가는 철학이 “모든 학문의 원류”이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여기 한 과학자는 “철학이라는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했다고 이야기한다. 호기심 많은 학자로서 철학이라는 학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이 책은 약 100여 권의 과학책을 직접 집필하거나 번역하며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평생을 바친 물리학 교수가 쓴 철학책이다. 과학자가 철학 책을 쓴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자는 담담하게 호기심 많은 과학자로서 “철학이라는 산이 거기에 있어” 철학을 공부했다고 말한다. 고전시대부터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한눈에 살펴보는 서양철학사 2,500년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철학 사상의 흐름을 한눈에 보기 힘들다는 것과 그 사상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이 가르치던 물리학이 아닌 철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대해 글로 남기는 만큼, 철학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들을 최대한 줄이고 일반적인 언어로 이를 설명하려 노력했다. 비록 다루는 주제가 과학에서 철학으로 넘어왔지만, 지식의 대중화에 오랜 시간 힘쓴 저자의 설명은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온다.이 책은 서양철학사 2,500년을 다루며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철학의 주요 사상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탈레스부터 시작하여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의 굵직한 흐름을 정리하고, 역사를 따라 54명에 달하는 철학자의 사상과 그들이 추구하던 가치, 그리고 그들의 생애에 관하여 핵심적인 부분만을 추려내었다. 결국 이 책은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에 호기심은 한 번쯤 가져본 적이 있지만, 막상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한 책이다. 철학, 도저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글부터 읽어야 할지를 모르겠는 이들에게는 과학자가 공들여 정리한 철학 노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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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재식의 역설 사전 -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커버이미지)
    [인문]곽재식의 역설 사전 - 마음을 지배하고 돈을 주무르고 숫자를 갖고 노는 역설의 세계
    •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4-02-19

    마음, 돈, 숫자에홀리고 혹하는 요지경 세상사알쏭달쏭한 15가지 역설과 함께좌우 앞뒤로 비틀고 뒤집어 보는 세상세상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매일 반복되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과 사물에 대해 같은 면만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익숙하고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세상의 이면과 양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역설이라는 렌즈를 끼고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것이다.역설은 부정하기 힘든 추론 과정을 거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에 도달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과 새로운 통찰을 선사한다. 또한 필연적으로 의문과 질문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람, 사물, 현상에 물음표를 던져 답을 찾게 만든다.그뿐이 아니다. 역설은 경제학, 정치외교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로 존재해 왔으며, 지금도 많은 연구 분야에서 하나둘 새롭게 탄생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을 풀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더 넓은 지식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5가지 역설의 법칙은 일종의 사고 도구가 되어 마음, 돈, 숫자로 가득 찬 복잡다단한 세상의 이면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거짓의 거짓은 진실일까, 거짓일까?새 도로를 뚫었는데 오히려 교통 체증이 심해진다면?역설의 얼굴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이율배반이 등장하는 경우로, 모든 역설의 원형인 ‘거짓말쟁이의 역설’이 대표적 예이다. 이 역설은 하나가 진실이면 다른 하나는 진실일 수 없는 두 가지 주장이 동시에 진실이거나, 동시에 진실이 아니라는 결론에 닿는 논리의 모순을 품고 있다. 어느 날, 한 크레타인이 나타나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외친다. 만약 그의 말이 참이라면 그 자신도 크레타인이기에 그가 하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라면, 모든 크레타인은 정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밖에도 “여기는 아무도, 아무 말도 믿으면 안 돼. 이런 말을 하는 나조차도 믿으면 안 돼”라는 영화 대사 속 역설과 “모든 법칙 중 항상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라는 저자가 고등학생 때 직접 겪은 역설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한편 논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상식이나 고정관념으로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역설도 있다. 이를테면 ‘새 도로를 추가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교통 체증이 더 악화되거나, 반대로 교통량이 많았던 길을 없앴는데 교통 체증이 완화되는 경우다.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이 상황에는 과연 어떤 역설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브라에스의 역설’이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다.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상식과 통념을 뒤엎는 시원한 반전을 선사한다. 또한 역설의 기원과 정의에 대해 알려 줄 뿐 아니라, 역설이 얼마나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꿈틀대는지를 친절하고 쉬운 예시를 통해 보여 준다.역설적인,너무도 역설적인 세계1장 ‘마음의 역설’에서는 애빌린의 역설, 우정의 역설, 이스털린의 역설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감정, 권위, 가치와 관련된 역설을 들여다본다. 왜 회의에서 모두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이 되는지, 왜 나는 내 친구보다 친구 수가 항상 적은 것만 같은지, 왜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해질 수 없는지 등 우리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역설을 파헤친다.2장 ‘돈의 역설’에서는 루커스의 역설, 가치의 역설, 이카루스의 역설 등을 통해 자본, 성공, 경제의 이면에 담긴 역설을 조명한다. 보통 자본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흐르는 것과 달리,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흐르는 ‘자본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소중한 물이 사용가치가 떨어지는 다이아몬드보다 저렴한 이유, 성공의 원인이 오히려 실패로 귀결되는 이유 등 돈을 부르고 돈을 내쫓는 역설을 다룬다.3장 ‘숫자의 역설’에서는 브라에스의 역설, 점검의 역설, 콩도르세의 역설 등을 통해 수학, 투표, 통계와 연관된 역설을 소개한다. 새 도로를 추가로 만들었는데 교통 체증이 더 심각해진 비밀, 내가 기다리는 버스만 항상 늦게 오는 비밀,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었는데도 탈락하게 된 비밀 등 숫자의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역설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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